LG경제연구원, ‘수조원 모바일 결제 시장에 수백조 매출 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
LG경제연구원, ‘수조원 모바일 결제 시장에 수백조 매출 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
  • 최용국 기자
  • 승인 2014.12.1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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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와 함께 많은 영역이 변화해 왔다. 단방향 소통이 주를 이루던 방송은 ICT와 만나 실시간으로 시청자, 청취자의 의견을 받을 수 있도록 변화하였다. 교육도 ICT와 만나 해외 명문대의 강의를 내 방 컴퓨터에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집 밖에서 도 홈CCTV를 통해 집 안의 상황을 모니터 할 수 있고, 집안의 가전기기들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음악을 듣는 방식도 변화하였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매해 소장하며 듣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안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

금융도 ICT와 결합하며 변화하였다. 은행에 가거나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은행 업무들을 이제는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다양한 ICT 기업들이 금융과의 융합을 꾀하며, 고객의 금융 거래를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들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서고, 모바일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모바일 결제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과 수용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략컨설팅업체 맥킨지 (McKinsey)의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소비자의 45%가 모바일 결제 사용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고, 시장조사기관 닐슨(Nielse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지갑을 이용중인 소비자의 40%가 모바일 지갑을 주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모바일 결제 시장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작년 1분기 1조 1,000억 원 규모에서 올해 2분기 3조 2,000억 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전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2년 1,631억 달러 규모에서 2017년 7,214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 ICT 기업들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 러시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을 두고 다양한 기업들이 진입하여 여러 형태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경쟁하고 있다. 과거 PC나 모바일 기기에서 결제를 하려면 카드번호, 비밀번호 등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하여 간단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이루어진다. NFC 기술을 이용하여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 졌다. 여러 장의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CT 강자들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제 전문 사업자, 모바일로 확장

글로벌 결제 전문 사업자 - 페이팔(Paypal)

페이팔은 1998년 미국에서 설립된 간편결제 사업의 원조이자 대표 주자이다. 전세계에서 약 1억 5천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200조 원 가량이 페이팔을 통해 결제되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쇼핑 시에도 PC에서와 동일하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여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절반 정도5

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소비자의 79%가 페이팔을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직구를 즐기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한 결제 서비스이다. 페이팔은 2002년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이베이(eBay)에 인수된 후 이베이의 쇼핑몰 사업과 함께 성장해 왔으나, 2015년 이베이로부터 분사해 모바일 결제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이의 경쟁 상대업체와의 업무 제휴나 결제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등도 보다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팔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악세서리 형태로 된 모바일 결제 단말(POS, Point of Sales), 페이팔 히어(Paypal Here)를 제공하여 가맹점이 고가의 POS를 설치하지 않아도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블루투스(BLE, Bluetooth Low Energy) 기술을 이용한 비접촉 결제 시스템, 페이팔 비콘(Paypal Beacon)도 제공하고 있다. 페이팔의 모바일 앱을 설치한 고객이 페이팔 비콘이 설치된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면, 해당 매장의 메뉴와 할인 쿠폰 등이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보여진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여 주문하면 페이팔에서 바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주문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 등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결제 전문 사업자 - LG유플러스, KG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

국내의 결제 대행 서비스(PG, Payment Gateway) 사업자들도 모바일 결제 시장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2011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나우를 출시하였으며, 최근에는 모바일 카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까지 준비하고 있다. KG이니시스의 경우도 최근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K페이를 출시하는 등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한국사이버결제도 셀프페이라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이러한 결제 대행 서비스 사업자들은 결제 수수료 수익 증대뿐만 아니라 결제 대행 사업에서의 교섭력 증대라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의 결제 서비스 진입

지금까지 결제 서비스는 대부분 PC 상에서 이루어졌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매번 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같은 결제 서비스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결제 전문 사업자들간의 경쟁만이 존재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은 다양한 기업들, 특히 글로벌 ICT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강자들이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경쟁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제조사 - 애플(Apple), 삼성전자

지난 2014년 10월, 애플은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Apple Pay)’를 출시하였다. 애플 페이는 NFC를 탑재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내년에 출시될 애플워치(Apple Watch)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현재 구현된 결제 서비스 중 가장 편리한 UX를 구현하였다고 평가 받고 있다. 최초 사용 시 여러 단계에 걸쳐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타 결제 서비스들과 달리, 애플페이는 이미 앱스토어에 입력해 놓은 카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추가로 카드 등록을 할 경우에도 사진을 촬영하여 간단히 등록이 가능하다. 또한 지문 인식을 이용하여 결제 과정도 굉장히 간편하게 구현하였다.

모바일 앱에서 애플페이 아이콘을 클릭하고 지문을 인식시키기만 하면 즉시 결제가 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더욱 간편하다. 화면을 켤 필요도 없이 아이폰을 매장의 결제 단말에 가까이 가져간 후, 지문만 인식시키면 바로 결제가 된다. PIN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플라스틱 카드보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생체 정보를 암호처럼 활용하고 있으며, 고객의 카드 정보는 아이폰 내의 별도 보안칩(SE, Secure Element)에 암호화되서 보관되기 때문에 보안성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스타벅스, 콜택시 앱 우버(Uber), 모바일 쇼핑 앱 타겟(Target), 소셜커머스 그루폰(Groupon),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오픈테이블(OpenTable) 등 다수의 모바일 앱에 애플페이가 탑재되었으며, 맥도널드를 비롯한 미국의 22만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애플페이의 기능은 애플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Software Development Kit)를 이용하면 모바일 앱에 손쉽게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결제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아이폰용 모바일 앱에

는 애플페이가 기본적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페이는 높은 편의성과 보안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 출시 72시간만에 100만 개의 카드가 등록되었으며, 3주 만에 식료품 체인 홀푸드(Whole Foods)에서는 애플페이로 15만 건, 약 66억 원의 결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맥도날드 1만 4천여 개 지점에서 처리된 모바일 결제의 50%를 애플페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BS 에비던스

랩(Evidence Lab)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폰6 구매자의 70% 이상이 애플페이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하였다.

삼성전자도 애플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응하여 2013년 출시한 ‘삼성월렛(Samsung Wallet)’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각종 멤버쉽 또는 비행기 티켓 등의 정보를 저장하는 모바일 지갑 앱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최근 신한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 6개 카드사 및 결제 대행 사업자 KG이니시스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결제부터 오프라인 결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콘텐츠/서비스 진영 - 구글, 페이스북, 다음카카오

구글도 지난 2011년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출시한 바 있다. 지문 인식 기능을 제외하면, 애플페이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페이에 비해 상당히 일찍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주된 이유로 결제 정보를 전혀 가져가지 않는 애플페이와 달리 각종 결제 정보를 가져가는 구글월렛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 미국 은행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점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시스(ISIS, 현 소프트카드)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던 미국의 통신사 컨소시엄10에서 구글월렛의 탑재를 꺼려했던 점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버라이즌의 경우 갤럭시 넥서스에 탑재된 구글월렛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제조사들은 통신사들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글월렛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불과 10개 정도의 모델밖에 출시되지 못했다. 물론 구글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이기 때문에 맞춤형 광고를 위한 최소한의 결제 정보 수집은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애플페이로 인해 모바일 결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구글월렛을 탑재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구글도 스마트폰 내의 보안칩이 아니라 클라우드에 카드 정보를 보관하는 HCE(Host Card Emulation)라는 새로운 기술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통신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구글월렛의 확산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아직까지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아지모(Azimo)에 투자하고 아일랜드 정부 금융업 인가를 얻는 등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최근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공학과 학생 오드류 오드에 의해 페이스북 메신저 내에 숨겨져 있는 결제 기능이 발견되기도 했듯이, 향후에는 페이스북과 연결된 결제 서비스도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팔의 전 사장인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가 2014년 6월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페이스북의 결제 서비스 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지난 9월에,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카카오톡 친구들과 송금 거래를 할 수 있는 뱅크월렛카카오를 지난 11월에 선보였다. 카카오페이는 약 3개월만에 200만 명의 가입자를, 뱅크월렛카카오는 약 3주만에 50만 명의 가입자를 모집하는 등 국내의 다른 결제 서비스 대비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약 3,5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가입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페이의 결제 수수료가 카드사 수수료 포함 4.5% 내외로 타 결제 서비스의 3.5~4%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라서 가맹점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만약 카카오톡의 가입자 기반을 적극 활용하여 1,000만 명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면, 가맹점 확대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커머스 - 아마존, 알리바바

아마존에서의 쇼핑 경험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고 그만큼 많은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는 원클릭(One-click)이라 불리는 편리한 결제 시스템이다. 이미 2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원클릭에 카드 정보를 저장해 놓고 사용하는 중이다. 최근 아마존은 이를 활용하여 온라인 결제를 커버하는 아마존 페이먼트 서비스와 오프라인 결제를 커버하는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아마존 페이먼트는 페이팔과 같이 온라인 상의 각종 쇼핑몰에서 아마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원클릭에 저장되어 있는 카드 정보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는 마치 스퀘어나 페이팔 히어와 같은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이다.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 단말 악세서리를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스마트폰이 플라스틱 카드 결제를 처리해 주는 POS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페이(Alipay)는 2004년에 시작된 서비스로 같은 알리바바 그룹의 개인 대상 쇼핑몰인 타오바오와 연계되어 있는 결제 서비스이다. 은행 계좌, 신용카드 등을 통해 알리페이 계좌에 현금을 충전해 놓고 사용하는 방식의 서비스로 고객이 안심하고 타오바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알리페이 출시 이전,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 상의 소비자 보호 장치가 없어 판매자가 대금을 수령하고도 물건을 배송하지 않는 등의 사기 피해가 빈번히 일어났다. 하지만 알리페이를 통해 3자 거래 결제 방식인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를 도입, 소비자가 만족할 때에만 판매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도록 하여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했다. 알리페이의 편의성과 신뢰성은 타오바오가 급속히 성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 최근에는 모바일 영역으로도 활발히 서비스를 확장하였다. 모바일 쇼핑은 물론, 교통요금, 공공요금 등도 알리페이 모바일 앱으로 결제할 수 있으며, 백화점,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알리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알리페이 결제 건수 중 54%가 모바일로 이루어질 정도가 되었다. 또한, 알리페이 계좌에 예치해 놓은 현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용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를 운용하는 등 다양한 핀테크(Fin-Tech)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가입자 수는 8억 명에 달하며, 올해 결제 대금은 6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온라인 결제 금액의 50% 가량이 알리페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알리페이는 이렇게 탄탄한 중국 소비자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일본, 홍콩, 대만 등의 온오프라인 쇼핑몰들도 중국인 소비자들을 위해 알리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고 있을 정도이다. 알리페이는 우리나라로의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인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우회 진출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페이의 해외 진출은 궁극적으로 진출국의 내국인 시장으로까지 확산되어 그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2. 글로벌 ICT 강자들이 뛰어드는 이유

결제 사업을 통한 매출 성장 효과는 제한적

이처럼 다양한 ICT 분야의 강자들이 직접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제 사업을 하나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일까? 물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규모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시장조사기관에서는 모바일 결제 규모가 매년 30~40%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트너는 전세계 모바일 결제 금액이 2017년 약 790조 원까지, IDC는 2018년 약 1,0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전체 금액일 뿐, 이 중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2017년 모바일 결제 금액 중, 계좌 이체 금액에 대해서는 결제 수수료 부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무형 재화를 구매하는 금액 약 240조 원에 대해서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결제 수수료율은 결제 금액의 약 3~4%이고 이 중 약 2~3%는 카드사의 몫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결제 서비스 사업자의 몫은 많아야 1~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수수료율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계의 모바일 결제 수수료 규모는 2017년에 2.5~5조 원 수준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글로벌 ICT 강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지기는 어려운 수준의 규모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매출액 기준으로 애플이 약 200조 원, 삼성전자가 약 230조 원, 아마존이 약 80조 원, 구글은 약 65조 원을 넘어서고 있는 반면, 세계 최대의 카드 업체 비자(VISA)는 약 12조 원, 세계 최대 결제 전문 사업자 페이팔(Paypal)은 약 7조 원, 중국 온라인 결제의 약 50%를 장악하고 있는 알리페이(Alipay)도 약 4조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수백조 원의 세계적인 ICT 강자들이 수수료만을 위해 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입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물론 결제 서비스의 영업이익률이 30~4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결제 서비스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주된 목적은 결제 수수료가 아닌 다른 쪽에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애플의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경우, 수수료가 결제 금액의 0.15%라고 알려져 있다. 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2017년 전세계의 모바일 결제가 모두 애플페이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애플이 가져가는 몫은 3,600억 원에 불과하다. 애플이 전체 매출액의 약 0.2%에 불과한 사업만을 위해서 애플페이 시스템 개발과 마케팅에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결제 서비스가 지닌 촉매제로서의 가치에 주목한 ICT 기업들

오히려 최근 글로벌 ICT 강자들이 결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주력 ICT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차별화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과거 결제 서비스가 온라인 쇼핑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것과 같이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결제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원클릭이 아마존의 성장을 이끌었던 사례, 중국 최초의 에스크로 서비스 알리페이가 타오바오의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 - 애플페이

애플이 애플페이를 개발한 이유도 수수료 수입 때문이라기 보다는 아이폰, 아이패드부터 2015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애플워치까지 포함한 애플 모바일 기기 전체의 가치를 차별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애플페이를 통해 모바일 기기의 판매를 확대하고, 기존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락인(Lock-in)시키며,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15을 책정하고 있다는 점과 이용 가능한 기기를 애플의 모바일 기기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수료 수입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대신, 가맹점을 빠르게 확보함으로써 고객들이 애플페이를 빈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고객들이 애플페이의 편리한 사용자 경험에 익숙해진다면, 애플 모바일 기기의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 질 것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던 고객에게 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며, 가방 또는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지 않고도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애플워치는 꼭 구입해야 하는 아이템이 될 것이다.

아마존 - 아마존 페이먼트,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

아마존 페이먼트의 경우도 수수료 자체 보다는 확대되는 O2O(Online-to-Offline) 시장에서 아마존의 입지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미래 성장 동력을 오프라인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유통 시장은 어느 정도 성숙기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현재는 온라인 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의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고 있다.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설립하기보다는, 신선식품과 같이 주로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신선식품을 당일 배송해주는 프레시(Fresh) 서비스, PC나 모바일에 접속할 필요 없이 바코드 인식이나 음성 인식으로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IoT 기기 대쉬(Dash), 드론을 이용하여 언제 어디든 30분 내에 배송해주는 프라임 에어(Prime Air) 서비스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맹점이 많아질수록, 아마존은 가맹점들의 결제 정보와 제품 구입 정보를 분석하여 지역별, 시점별로 어떤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지, 어느 정도 가격에 몇 개가 판매되는지 등의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향후 아마존이 오프라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 가맹점들의 온라인 판매를 지원함으로써 O2O 시장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의 상점들을 아마존의 상거래 네트워크로 끌어들여 일종의 O2O 생태계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마존에서 편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물건을 구입한 후, 로컬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O2O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페이팔 히어 또는 스퀘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이와 같은 목적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구글 - 구글월렛

구글월렛의 경우도 카드 수수료 외의 추가적인 수수료는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결제 서비스로부터 개인별 구매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개인의 검색 정보, 위치 정보, 소셜 정보 등과 함께 분석하여 마케팅에 유용한 정보와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 때나 제공되는 광고는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팸으로 인식되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반면, 개인이 특정 물품을 구매하려는 시점에 제공되는 관련 제품의 광고와 할인 쿠폰은 유용한 정보로 인식될 것이며,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구글이 완성도 높은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구현한다면, 포기한 수수료 수익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ICT 강자들은 촉매제로서 결제 서비스의 가치를 인지하고 자신들의 주력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치를 차별화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IoT 시대를 맞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결제가 본격적으로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히 이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NFC 결제 단말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NFC 결제 단말이 설치되어 있는 매장은 약 5만개로, 300만개에 달하는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에 비하면 극히 일부의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애플페이의 경우 22만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미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350만개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NFC 결제 이용자도 많지 않은데 굳이 수십만 원을 부담해 가며 NFC 결제 단말로 교체하는 가맹점도 거의 없었고, 수천억 원을 투자하여 NFC 결제 단말을 설치해 줄 기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IoT 기기가 확산되면서 NFC 기능이 탑재된 기기도 다양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NFC는 결제 뿐만 아니라 개인 인증, 실내 위치 인식, 정보 전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칩셋 가격이 이미 천원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서 제조 원가에 대한 부담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스퀘어도 애플페이와 같은 모바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NFC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가전기기와 홈게이트웨이, 각종 자판기 등 다양한 IoT 기기에 NFC가 탑재되고 있다는 점에서 IoT는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의 확산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3. 치열해질 비즈니스 모델 경쟁

그 동안 결제 서비스 시장은 수수료를 핵심 수익 모델로 하는 전문 결제 서비스 사업자들이 주도해 왔으며, 이들 간의 경쟁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결제 서비스 시장은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CT 강자들이 진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결제 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이들의 현재 사업 규모에 비해 상당히 작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진입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차별화하거나, 웨어러블 기기, O2O, 맞춤형 광고 등 주력 사업과 관련된 거대 신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목적 하에 대부분의 글로벌 ICT 강자들이 결제 서비스 수수료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제 서비스를 통해 다른사업에서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결제 수수료의 무료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맹점에는 카드 수수료만 부과될 수도 있고, 소비자들은 결제 금액에 따라 카드 포인트 적립과는 별도로 결제 사업자의 포인트를 추가적으로 적립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향후 결제 시장 경쟁의 게임 룰(Game Rule)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구현하는지, 해킹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 얼마나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는지에만 관심이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경쟁도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제 수수료 외에 부가가치를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가맹점과 소비자들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결제 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애플과 같이 스마트 기기의 판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아마존과 같이 상거래를 통해 또는 구글과같이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활발히 등장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처럼 결제 서비스 가입자 기반과 현금 흐름을 활용하여 예금, 대출, 투자, 가상화폐 등의 금융 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제 수수료에만 의지하는 사업자라면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는 추세에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함으로써 견고한 수익 기반을 갖추는 사업자들이 미래의 결제 서비스 경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 등의 이슈로 해외의 결제 사업자들이 국내의 결제 사업자 도움 없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규제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인 만큼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진입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한 후에 준비하면 늦을 수 밖에 없다. 국내의 결제 사업자들도 지금부터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비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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