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청정 에너지 혁명 다시 탄력 받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청정 에너지 혁명 다시 탄력 받고 있다’
  • 최용국 기자
  • 승인 2014.08.2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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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이후 수 개월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을 넘어섰다. 200~300ppm 수준을 유지하던 지난 80만 년 동안 결코 볼 수 없었던 기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의 의장은 지구 상에 그 어느 누구도 기후변화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경고하였다.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파급효과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에 대응한 노력이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화석연료 에너지 인프라에 바탕을 둔 현실에서 새로운 청정 에너지 체계로 이행한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경제나 산업과 관련한 각 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청정 에너지 체계로의 이행에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청정 에너지 체계로의 이행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Guardian지는 청정 에너지 체로의 이행이 희망적인 이유로 우선 미국이나 중국의 청정 에너지에 대한 정책 의지가 높은 것을 꼽았다. 태양광 발전 설비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반대로 석유 발굴 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도 보이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의 판매도 해마다 2배씩 증가하는 것도 예로 들었다.

에너지 체계의 중심에 우리가 사용하기 편리한 전력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들어 전력산업의 지형도가 바뀔 조짐이 보인다.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분산형 발전이 중앙집중형 발전 체계를 위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세계 각 국이 전력망의 지능화, 일명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구축에 너나 할 것 없이 나서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존의 공급 일변도의 체계에서 소비를 중시한 전력산업 시스템을 만들고자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발표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각종 정책과 제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청정 에너지 체계의 구축에 있어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확산, 에너지 효율의 제고, 수요반응 자원의 활용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지능형 인프라의 구축도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전세계적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 속도와 범위에 있어 빠르게 달라지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의 사업 기회 포착 노력도 활발하다.

1. 신재생에너지의 재도약

태양광 발전, 확대 일로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신재생에너지의 부상이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도약이 눈부시다. 2013년은 태양광 발전 투자에 있어 기념비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7월 발표된 REN21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세계 기준으로 39GW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새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 증가분은 원전 39기와 맞먹으며 우리나라의 총 발전 설비용량의 43%에 해당한다. 2013년 말까지 누적 기준으로 총 139GW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전세계에 깔렸다. 또한 2013년에 태양광이 풍력(35GW 증가)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주목할 현상은 2013년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 증설이 2012년 대비 32%나 늘었는데 투자금액은 22%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 투자 규모가 2012년에는 1,429억 달러였지만 2013년에는 1,137억 달러에 그쳤다.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태양광 모듈 및 설치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13년 말 태양광 발전 시스템 가격이 가중 평균으로 2년 전에 비해 33% 떨어진 와트당 2.6달러를 기록하였다. 같은 기간 태양광 패널 가격은 60%만큼 하락한 데 기인하였다.

향후에도 태양광 발전은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도 40GW 이상의 설비가 추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가장 많이 구축되어있는 유럽은 독일의 투자 감소로 다소 주춤하는 형국이지만, 다른 국가들의 투자 확대가 이를 상쇄하리라는 분석이다. 작년에 11.3GW를 설치한 중국의 경우 상반기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올 하반기에만 1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서리라는 예측이다. 상반기의 4배에 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더욱 심혈을 기울

이고 있는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차액제도(Feed-in Tariff) 등에 힘입어 작년의 6.9GW를 훌쩍 뛰어넘으리라는 전망이다. 일본태양 광발전협회(JPEA)는 올해 작년과 비슷한 7GW 내외의 태양광 발전 능력이 설치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한 2.7GW가 설치되는 등 상승세가 무섭다. 미국은 2013년 대비 39% 증가한 6.6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GTM Research는 2020년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현재의 약 4배 수준인 528GW 규모에 이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또한Morgan Stanley는 2020년까지 매년 47GW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증설될 것이며,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 기존시장 주도 국가에 인디아, 브라질 등이 본격적으로 가세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지역별로 상이한 성장 양상

태양광 발전 설비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앙 및 지역 정부의 지원 정책이 향후의 성장 주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Global Data는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규모가 2001년 17.8GW에서 2013년에는 183GW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발전차액지원제도에 기인한 바가 컸다. 2015년까지 15GW의 태양광, 5GW의 풍력, 0.53GW의 지열, 3.3GW의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15년이면 중국의 태양광 발전 용량이 35GW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2012년에 세웠던 당초 21GW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아울러 2011~2015년 사이 395억 달러 규모를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겠다고 할 정도로 중국 정부는 적극적이다. 한편, 수년전부터 중국 정부는 도시 대기오염 문제로 인해 인근의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을 멈출 계획을 표명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대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2013년 태양광 발전 설비 증가는 정부 지원금보다는 설비의 비용 하락과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태양광 발전의 비용 하락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미국 중서부 지역, 하와이주 등 일조량이 많은 지역의 투자 확대로 경쟁력이 상승한 것이다.

Citigroup은 2008년 이후 태양광 모듈의 누적 생산량이 2배 증가할 때마다 생산 단가가 40%만큼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태양광에너지산업협회(SEIA)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 가격이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7% 떨어진 와트당 4.56달러였다고 분석하였다. 이는 2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22% 넘게 하락한 값이다. 유틸리티용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의 경우에는 올 1분기 와트당 1.85달러로 전년에 비해 14%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에 따른 생산 확대 및 기술 혁신, 그리고 단가 하락의 선순환이 이루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Deutsche Bank는 작년 7월에 이미 2015년 초 세계 태양광 발전의 75% 가량이 보조금 없이도 발전 단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록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이 2017년에는 현행 30%에서 10%로 낮아져 정부 지원에 의한 성장은 다소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들의 선택과 참여를 유도하며 금

융을 연계한 다양한 사업모델의 구축, 기존 유틸리티 기업들의 참여 등을 통해 성장탄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한창인 중국 외 기타 신흥국에서도 지역 분산형 전력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태양광 발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시장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 파키스탄은 지난 5월 첫 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 플랜트를 가동하였는데,현 100MW 규모에서 2016년에는 1GW로 확충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의 르완다, 아시아의 라오스, 필리핀 등 지역에서도 지역 분산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력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지역별 자연자원 특성을 고려하여 중앙집중형의 대단위 발전 체계보다는 태양광 발전과 같은 분산형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태양광, 기존 화력발전원과 경쟁 시작

일찌감치 태양광 발전에 투자한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총 23.1GW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가진 독일에서는 지난 6월 9일 점심 시간에 총 수요 전력의 50.6%를 태양광 발전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태양광 발전량이 2014년 1~5월까지 전년대비 34% 증가하였다.

한편 4.7GW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보유한 영국에서는 지난 6월 21일 낮에만 전체 전력 수요량의 7.8%를 태양광이 담당하기도 하였다. 호주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석탄 화력 발전을 대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초 지붕이나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로 인해 Queensland의 전력 가격이 한낮임에도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Queensland는 35만 개의 건물에 총 1.1GW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가졌는데,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력으로 인해 화력발전에서 만들어져 전력망에 공급되는 전력이 불필요했던 것이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발전 단가가 kWh 당 12~18 센트로 형성되고 있으며, 10 센트 아래로도 떨어지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예측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이 전력 저장과 결합되면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낮에만 이루어지는 간헐적 발전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전력 저장의 최대 관건은 2차전지 가격이다. 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작년 말 대비 리튬이온 2차전지 가격이 30% 가량 떨어졌다. 해외 시장에서 2013년 kWh당 500~600 달러 수준이던 2차전지 가격이 350 달러 안팎에서 수주가 되고 있다. 실제 전력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일본 니치콘의 경우 3kWh급 가정용의 경우 2013년 2,300만원 하던 것이 올 상반기에는 1,600만 원대로 떨어졌다. 2차전지만의 비용은 kWh당 최소 300 달러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상승세가 빨라지면서 건물의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해 전력을 만들어 망에 파는, 즉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기존 전력망으로부터 독립하는 사례도 허다해질 것이다. 호주의 국립 과학기술 에이전시인 CSIRO(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는 2040년이면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이 소비자가 직접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2. 에너지 효율의 재조명

에너지 효율, 가장 저렴한 청정 에너지원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청정 에너지 체계의 필수적인 사항이다. 필요한 전력이나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면서도 사용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은 가장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ACEEE는 전력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을 통한 에너지 절감 비용이 평균 kWh당 3.5센트 수준인 것으로 분석하였다.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은 발전에서 송배전, 빌딩, 공장, 주택 등의 건물에서 수송 영역에 이르는 소비 영역에서 전력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의 적용, 설비나 기기의 교체 등을 망라한다. 화석연료 발전 중 가장 저렴하다는 천연가스(1kwh 생산 비용 8센트 내외)보다도 2~3배나 낮다(<그림 4> 참조). 값싸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력 소비를 줄이면 그만큼 생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발전소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유틸리티 기업이나 지역 정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하다.

주거용과 상업용 건물에서 최종 에너지의 35~40%를 소비한다. Navigant Research는 상업용 및 공공기관 빌딩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2014년 682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며, 2023년이면 2배 가까운 1,275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4~2023년 사이 에너지 효율 제고에 총 9,590억 달러가 들어갈 전망이다. 각국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설비 설치 의무화, 효율 인증, 세제 및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지속될 것이며, 경쟁으로 인해 투자 회수 기간도 줄어들고 있어 건물 소유주나 관리자 측에서도 투자 동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럽에서는 주택과 가전 제품의 에너지 효율 상승 등으로 2000~2011년 사이 가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가 15.5%나 감소했다. 에너지 효율 제고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에너지 효율은 1차적으로 기존의 저효율 제품이나 시스템을 고효율의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높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화 제품에 대한 시장은 이미 상당히 크다. HSBC와 에너지 관련 컨설팅 기업인 Ecofys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빌딩, 산업용, 수송 부문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나 시스템에 대한 세계 시장 규모가 현재 3,6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 영역이 가장 큰 분야로 리노베이션과 신축을 합해 2,61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향후에도 정부 정책 지원과 헬스 및 환경 측면의 인식 제고 등에 힘입어 시장 성장 전망이 밝은 편이다. 2020년까지를 놓고 볼 때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로 태양광도 풍력도 아닌 에너지 효율이 꼽힐 만큼,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 효율,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

그러나 에너지 효율 제고는 단순히 고효율의 설비나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용이건 상업용이건 간에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 기술간 통합과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분산형 발전에서 공조나 에어컨, 조명 등이 조화롭게 관리, 제어 되어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가정이나 빌딩의 에너지관리 시스템이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전력 시장 여건이나 외부 환경 상황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제어하여 소비량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주요 가전 기업이나 통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가정용 에너지관리 시스템(HEMS)에 뛰어들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빌딩 에너지관리 시스템(BEMS)만 해도 24억 달러의 시장을 이미 형성하였으며, 2020년에는 56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Navigant Research는 BEMS의 부상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분석이 어려웠던 에너지와 운영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는 빌딩 자동화 설비에 두각을 나타냈던 Schneider와 Siemens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의 경험을 기반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데이터 처리, 분석 및 제어 등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Siemens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Pace Global Energy Services를 인수함으로써 BEMS 시장에의 뒤늦은 진출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 이 BEMS 시장에는 Elster Energy, Johnson Controls, IBM, Grid Point 등 다양한 배경의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금융 사업모델도 관심을 끌고 있다. 태양광 발전에서처럼 금융 연계 사업모델이 성장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Citibank, Renewable Funding, Kilowatt Financial 등이 협력하여 금융증권화 방식을 활용하고 특수목적 기구를 세운 에너지 효율 관련 사업모델을 내놓았다. Renewable Funding은 주거용 에너지 효율 제고 시장만도 연간 400억 달러의 규모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효율 기술의 발달 및 융합과 함께 금융 모델까지 연계되면서 청정 에너지 체계로의 변화에 가세하고 있다.

3. 수요반응(Demand Response) 자원의 전력망 통합

수요반응, 높은 성장 잠재력

전력 수요는 시시각각 변하지만 전력 공급은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항상 많은 예비전력을 유지해야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수요가 급속히 증가할 때는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불필요한 공급을 미리 파악하거나 수급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전력의 품질과 신뢰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수요 정보와 이를 활용한 제어가 전력망 전체의 수급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반응(Demand Response, DR) 사업은 건물이나 공장, 주택에서 가지고 있는 절감 가능 자원을 활용한다. 수요반응은 전력 수급 상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전기요금 조정이나 부하감축 지시에 의하여 전력 소비를 절감하여 수급의 균형을 유지하고 전력망을 안정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일정시각에 절감한 전력을 사들여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일반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전력망에 파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일명, 네가와트(Negawatt) 발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요관리 사업자가 소비 측의 고객들과 계약을 맺고 전력 절감량을 모아 전력거래 시장 입찰에 참여해 수익을 만드는 구조다. 수요가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대기하고 있던 가스 등 화력발전을 일시적으로 운전하게 되어 발전 단가가 2배, 심지어는 6배 이상까지 높아진다. 이 때 수요반응을 통하여 절약한 저렴한 전력을 거래 시장에 거래하면 소비자는 물론 발전 및 전력망 운영 서비스 사업자 모두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

수요반응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Navigant Research는 수요반응 용량의 규모가 2014년 31GW에서 2023년이면 197GW까지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도 원전 30개 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요반응 및 수요관리를 통해 대규모 정전을 미리 막을 수 있고, 태양광과 같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을 전력망에 연결시킬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다. 또한 전력 및 에너지 수요는 많아지고 기존 화석연료 발전과 전력망 운영 비용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수요관리 사업이다.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반응 자원을 활용하는 수요관리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력산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들도 전력 소비 영역에 진출하는 모습이 부쩍 많아졌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도요타, 혼다, 파나소닉 등은 전력 판매(소매)에 뛰어 들고 있으며, GE는 스마트미터와 주변 사업에 적극적이다. Google은 Nest 인수를 통해 전력 관련 산업에 한걸음 다가섰고 IBM은 전력 판매와 관련한 제어 및 관리까지 넘보고 있다. IT와 전력기술, 그리고 기존의 사업 축적 경험을 결합시키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틸리티 기업의 독과점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의 전환이 가져다 주는 틈이다.

일본과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력 산업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가 전체의 에너지 체계에 대한 일대 변혁을 꾀하고 있다. 원자력 가동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전력 판매를 2016년부터 일반 가정까지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까지도 전력 판매 기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의 가정용 전력 소매 시장이 연 7조 6,000억 엔의 규모에 달한다. 이 시장의 가능성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노후 인프라의 교체와 지능화, 에너지 안보, 신산업 및 고용 창출 등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수요관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수요관리에 주목

지난 몇 년 동안 Siemens, GE, Alstom, Toshiba, Schneider Electric 등 주요 기업들은 수요 반응 관리 시스템의 개발과 적용에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대부분 공급자 중심, 유틸리티 중심의 접근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EnerNOC, Comverge Constellation Energy, NRG Energy 등은 수요 자원을 모아 거래에 참여하는 사업자(Aggregator)들이다. 이들은 소비자 중심적 접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광범위한 에너지 데이터의 분석과 최적화는 EnerNOC과 같은 DR 사업자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미래에는 Direct Energy와 같은 기업들이 수요 감축 자원을 전력 구매와 공급 계약에서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 될 것이다.

한편, Google이 올 초 자동온조절기 기업인 Nest를 인수하며 전력산업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IT 기업인 Google이 수요관리 사업에 진출함은 물론, 나아가 전력 및 에너지망을 지배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Google의 일차적인 고객은 물론 유틸리티 기업이다. 하지만 향후의 지능형 전력망에서는 데이터의 가치가 이전과 달리 커지기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의 관리에 누구 보다 강한 Google의 행보가 갖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Google이 가정의 에너지 관리 혁명을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전력산업이 기존의 유틸리티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서비스의 축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제까지 유틸리티 기업들은 요금청구서를 통해 고객과 연결되었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진다.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전망이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야 하며, 수요반응 및 수요관리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전력 유틸리티 기업들의 사업 고도화와 함께 수요관리 영역을 통한 비 유틸리티 기업들의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다양한 분산형 신재생에너지와 각종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들이 수요관리 시장에 결합될 것이며,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사업모델들이 뿌리를 내리는 날이 머지 않을 전망이다.

4. 지능형 인프라의 확산

지능형 인프라의 출발, 스마트미터

이상의 세 가지 변화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전력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의 공급과 소비의 양방향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스마트미터를 시작으로 여기에서 나온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 정리할 수 있는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와 미터 데이터 관리 시스템(MDMS) 등 지능형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스마트미터는 원격 검침, 전력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양방향 통신, 시간대별 계량이 가능한 전자식 전력량계를 말한다. 데이터의 출처이자 수요관리의 게이트웨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가 유럽, 일본, 미국, 중국 등 지역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전세계적으로 스마트미터가 중심이 된 스마트그리드부문에 2013년에는 전년대비 7억 달러 증가한 149억 달러가 투자되었다고 한다. 특히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은 2012년 대비 33% 감소한 36억 달러를 투자한 데 비해 중국은 43억 달러 규모였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중국은 전년보다 80% 증가한 2억 5,000만 개의 스마트미터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는 4억 가구가 있다. 이 중 약 62%가 스마트미터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2017년까지 스마트미터 보급률을 9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적어도 향후 5~6년 이상 동안 스마트미터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 된다. Grand View Research는 2020년에 세계 스마트미터 시장이 22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14~2020년 사이 연평균 9.8%의 양호한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2020년 1억 6,5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스마트미터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시간대별 요금부과가 가능하고, 빠른 정전 감지 및 해결, Dynamic Pricing(수요에 따라 변하는 가격 정책) 등의 효용이 있어 각국 정부 차원에서 설치 계획을 갖고 있다.

Telefonica Digital과 Navigant Research의 자료는 지역별로는 2012년 49%의 점유율을 보인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주도가 특징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억 3,500만 대 이상으로 세계 스마트미터 시장을 주도하고, 미국이 약 1억 3,200만 대로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2020년대가 되면 북미와 유럽지역은 보급율이 80%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관건

스마트미터가 전력산업의 Game Changer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설비 혹은 시스템의 제어나 직접적인 On/Off를 통해서건 간에 소비자의 참여와 행동 변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영국은 스마트미터를 단순한 기기가 아닌 미래 커넥티드홈에서 라이프스타일은 변하게 할 플랫폼으로 간주하고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고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Smart Energy GB를 통해 약 1억 4,500만 달러 규모의 마케팅 플랜을 시작했다.

Smart Energy GB의 서베이에 따르면 84%의 소비자들이 스마트미터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단지 44%만이 설치를 원하였다고 한다. 지역 정부 및 기업들과 협력하여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영국 내 아파트나 빌딩의 1/3 가량은 미터기가 소비자들이 제 때 확인하기 어려운 지하실에 있기 때문에 스마트미터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기는 하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스마트미터의 확산과 실효성 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미터는 유틸리티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유익하다. 에너지 사용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고, 검침과 관리는 물론 에너지 소비 절감을 지원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비용을 적어도 5~1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틸리티 기업의 경우 검침 인건비를 줄이고 더 나은 전력 소비 관리와 전력도난 방지로 매출을 보호할 수 있다. 양방향의 정보 흐름을 통해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긴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Tefonica Digital의 리더인 Rob Searle은 스마트미터가 미래의 커넥티드 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미터와 관련 지능형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스마트미터 기업들로는 Itron, Landis+Gyr, Elster, Sensus 등이 있다. Jiansu Linyang, Holley Metering, Echelon, Aclara 등의 기업들도 눈여겨볼 기업들이다. Siemens는 독자적인 EnergyIP 스마트그리드 플랫폼을 독일 에너지 유틸리티 기업인 E.ON의 EniM 프로그램의 주요 구성요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E.ON과 Siemens의 협력은 배전 및 수요영역에서의 제어 기술과 부하 조절에서 호환성을 갖춘 인터페이스의 결합을 추구하고 있다. EnergyIP는 E.ON으로 하여금 배전서비스 사업자, 검침 서비스 역량을 한층 강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스마트미터 및 이와 연결된 지능형 인프라에 대한 보안 이슈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스마트미터를 조작해 잘못된 신호를 보내 전력망 시스템으로 하여금 오판을 하게 하거나, 나아가 홈네트워크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스마트미터의 데이터는 소비자의 사용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도 가능할 것이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현상은 관련 사업자들로 하여금 전력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보다 철저한 준비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미터를 위시한 지능형 인프라가 의미 있게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5. 맺음말

Edison Electric Institute는 21세기 들어 전력산업의 ‘파괴적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하면서, 새로운 시장, 새로운 가치 네트워크, 비용 절감, 보다 개선된 제품과 서비스 등에서 기회가 열릴 것이라 전한다. 기존에 줄곧 강조되었던 에너지 효율과 분산형 발전에 더해 수요 영역의 관리 등이 변화의 주축을 이룰 것이라 덧붙이고 있다. 또한 기존 플레이어들이 과거의 중앙집중형 서비스 모델에 집착한다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기존 유틸리티 기업들의 ‘Death Spiral’에 대한 경고가 본격적으로 나왔다. 기존의 유틸리티 기업들이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사업모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은 독일의 사례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독일의 대규모 화력발전이 중심인 RWE는 2013년 설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발표했다. 다른 독일의 유틸리티 기업들도 최근 매출 하락을 겪으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확산과 관련 가격 정책 등 구조적 요인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선도적인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직접 나서거나, 새로운 사업모델의 적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많은 비 유틸리티 기업들이 전력산업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통신, 가스, 건설, 전자 등이 주력인 기업들이 참여 방식은 다르지만 각 지역별 정책 및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틈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지역 정부 차원에서는 신산업 육성은 물론 수출 확대 전략과 연계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사업 추진, 수요관리 시장 확대 등 청정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내수 시장은 크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고려한다면 보다 전향적인 생각과 사업 전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LG경제연구원 김경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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