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준칼럼] 신혜원 명장 인터뷰를 통해 세상을 읽다
[이현준칼럼] 신혜원 명장 인터뷰를 통해 세상을 읽다
  • 이현준 전문기자
  • 승인 2022.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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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가발협회 가발명장 신혜원 명장
2022 대한가발명장 신혜원 명장
2022 대한가발명장 신혜원 명장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6년째 가발업을 천직으로 삼고 한 길만을 걷고 있는, 그랜드 가발(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혜원입니다.

한 번도 안 와본 고객은 있어도 한 번 오고 안 오는 고객은 없는, 그래서 더 행복한 사업장을 운영하는 가발 매니아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한잔 할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나의 놀이터인 가발 매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누리길 꿈꾸어 봅니다.

Q. 하고 계시는 분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가발이 필요한 고객님이 오시면, 현재 두피 상태와 남아있는 머리카락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필요한 머리카락 굵기와 색깔 그리고 모량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발의 기초 작업인 패턴을 뜹니다. 가발을 시작하게 하고, 가발이 완성되면 고객님의 직업, 나이, 추구하는 헤어스타일에 입각해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가 연출되도록 스타일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Q. 관련 분야를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며,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결혼하고 싶은데, 탈모 때문에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좌절하고 있는 선남 선녀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한 가발을 만들어 주어 결혼에까지 이르게 했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평소 가발을 착용하는 사춘기 여자아이가 수학여행을 앞두고 친구들이 보는 시선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 편안히 수학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가발업을 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우연히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고객님이 상실감을 느껴 출근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동대문에 가서 가발을 구해 가위로 대충 오려 꿰매주었을 뿐인데도 굉장히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저 또한 가발에 크게 매력을 느껴 가발업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관련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가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센스 있고 자연스런 광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새롭고 아름다운 옷을 사 입듯이 가발도 거리낌 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도록 생각의 변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머리카락이 조금 없을 뿐인데 자존감까지 떨어져서 사회생활 하는 걸 어려워하는 고객님을 만났을 때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의 이야기부터, 연륜에서 나오는 이야기들과 함께 고객님의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힘이 빠져 있는 고객님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탈모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외모 콤플렉스를 무겁게만 느끼기 보다는 가발을 쓰면 멋지고, 안 써도 괜찮지만 왠지 써 보고 싶은 패션 소품처럼 편하게 느끼길 바래 봅니다.

Q. 관련 분야에 길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가발 디자이너는 단지 없는 머리카락만을 채워 주기보다 고객님의 주눅 든 마음까지 들여다보며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다 가볍고 편한 가발로 보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품과 부착법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평균 수명도 늘고, 젊은 층의 탈모 인구도 늘고 있으니 가발 시장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발을 제대로 만질 수 있는 장인을 많이 양성하는 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난 가을 즈음, 50~60대의 따님들이 가게에 와서 집에 계신 엄마가 거동이 불편한데 가발을 원하니 집에 좀 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원래 출장은 안 다니지만, 간곡히 부탁을 해서 퇴근 후 30여 분을 달려 고객님 집에 도착했습니다.

거실에는 여러 명의 자녀들과 아버님이 있었고, 방안에는 어머니가 누워 계셨습니다.

억지로 거실에 나오셔서 식탁 의자에 앉히고 아버님께는 거울을 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미리 가지고 간 기성 가발 몇 개 중 마음에 드는 가발로 스타일을 내며, 저는 궁금해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어머니~~~ 이 예쁜 가발 쓰고 어디 놀러가려고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나지막한 소리로

“쓰고 가려고~~~~”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뭐 잘못 들었나?’ 했는데, 주변의 분위기랑 부엌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따님을 보고 금세 눈치를 챘습니다.

명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이 세상 떠날 때 머리카락 없이 그냥 세상 떠나기 싫은 마음에 저를 부른 거였습니다. 저는 옛날 사진을 달래서 고객님이 머리카락 빠지기 전과 가장 근사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스타일을 연출해 드렸습니다. 모두들 잔칫집처럼 진심으로 좋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6남매를 키우던 이야기, 여러 명의 딸을 낳다가 아들 낳았을 때의 이야기, 그때의 머리 스타일까지 온 가족이 추억에 젖어서 행복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고객님은 남은 시간 일주일 정도와 당신을 기억하는 모든 가족들과의 이별을 위해서 저를 찾은 것이었어요.

가발 망에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넛팅한 머리카락만큼 이 가발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패션헤어마스타(가발디자이너)가 된 것이 세상 어떤 이보다 보람있고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나의 시간도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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